도멘 로베르 그로피에는 꼬뜨 드 뉘(Cote de Nuits)의 모레-생-드니(Morey-Saint-Denis) 마을에 위치한 도멘으로 19세기 프레데릭 그로피에(Frederic Groffier)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그의 아들인 줄 그로피에(Jules Groffier)가 도멘의 기반을 다졌습니다. 도멘의 부지는 1960년 줄이 로베르 그로피에(Robert Groffier)를 포함한 자녀들에게 유산으로 포도밭을 물려주면서 쪼개지기도 했지만 로베르가 다른 형제들로부터 상속된 포도밭을 모두 사들이면서 원래대로 돌아왔고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직접 병입하면서 지금의 도멘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오늘날 도멘은 로베르의 손자인 니꼴라(Nicolas)가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베르 그로피에의 도멘은 모레-생-드니에 위치해 있지만 재미있게도 이들 소유의 포도밭은 대부분 샹볼-뮈지니(Chambolle-Musigny)와 쥐브레-샹베르땅(Gevrey-Chambertin)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들은 샹베르땅 끌로 드 베제(Clos de Beze; 0.47헥타르)와 본 마르(Bonnes Mares; 1헥타르) 2개의 그랑 크뤼 밭과 레 성띠에(Les Sentiers; 1헥타르), 레 오 두아(Les Hauts Doix; 1헥타르), 레 자무뢰스(Les Amoureuses; 1헥타르) 3개의 샹볼-뮈지니 프리미에 크뤼 밭을 포함해 총 7.57헥타르의 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특히 슈퍼 프리미에 크뤼로 여겨지는 레 자무뢰즈 밭의 경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2005년부터 포도밭에서의 트랙터와 제초제의 사용을 금지하고 지속 가능 방식으로 밭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수확된 포도는 되도록 줄기를 제거하지만 빈티지에 따라 20~50% 정도 전체 송이를 사용하기도 하며 스테인리스스틸 탱크에서 5~7일간 저온 침용 한 뒤 야생 효모를 사용해서 17~20일간 천천히 발효한 뒤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숙성을 거칩니다. 양조 과정 중 진행되는 펀칭 다운(punching down)과 펌핑 오버(pumping over)의 횟수와 숙성에 사용되는 뉴오크의 비율은 빈티지에 따라 조절됩니다.
로베르 그로피에의 쥐브레-샹베르땅 레 쇠브레는 기존에 출시되던 마을 단위 쥐브레-샹베르땅으로 2010 빈티지부터 포도밭의 이름인 레 쇠브레가 라벨에 표기되어 출시되고 있습니다. 레 쇠브레는 쥐브레-샹베르땅과 모레-생-드니의 경계에 위치한 밭으로 갈색 점토와 석회석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평균 수령 40년의 피노누아가 식재되어 있습니다.
손으로 수확된 포도는 전체 송이 30%를 사용해서 발효 후 중고 오크 배럴에서 14~18개월간 숙성을 거쳐 연간 2,000병 정도가 생산됩니다.
로베르 그로피에 쥐브레-샹베르땅 레 쇠브레 2020 빈티지는 노즈에서 크랜베리와 딸기, 블랙체리 등의 과일과 은은한 스파이스, 꽃 향으로 시작해 삼나무, 정향, 커피, 바닐라, 시가 박스의 향이 느껴지며 입안에서는 미디엄 바디에 둥글고 부드러운 질감과 우아한 신맛이 균형을 이루는 팔렛과 감칠맛의 여운을 지녔습니다. 10년 이상의 숙성 잠재력이 있으며 지금 마실 경우 2~3시간 정도 충분히 브리딩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